어떻게 지내?
잘 지내. 넌?
나도 그냥 그럭저럭.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느껴져.
밥을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 보다는 그냥 먹어야 될 것 같아서 먹어. 마음이 헛헛한가봐.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어. 매일 실패해.
아침 영화를 볼 생각을 했거든. 안될 것 같지? 성공하면 꼭 티를 낼게. 기쁠 것 같아.

소설을 읽고 싶어. 여행을 가고 싶어. 연애를 하고 싶어. 어쩜 모든 욕망하는 것이 현실에서의 회피를 대변하는 것들일까.
사람은 그렇게 태어난 거야.

누군가의 눈에서 홍채를 발견하고 싶어. 우주를 발견하고 싶어.
그러고 싶어졌어.
안녕. 잘 지내.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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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모든 크리스마스 시즌 중에 가장 보통의 날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그렇게 아주 특별할 것 까지는 없었지만 너무도 보통 같은 날이었다. 세상은 그렇게들 늙어가나 보다. 소소한 것이 가장 사치이며 소소한 삶이 가장 어렵고 힘들고 사실은 제일 공주 같은 일이라는 떫은 감 따위 같은 말들을 읊조리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갈수록 현실적이지 않으면 안되는 미래로 나아간다. 나아간다는 것이 요즘의 나에게는 매우 우스운 말처럼 여겨질 정도로 이토록 후퇴하는 와중에도 나는 시간의 관점에서 나아간다. 흘러간다는 말보다야 훨씬 나를 존중해 주는 말이리라. 굉장히 씁쓸하다.

 

세상에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나는 좌절을 경험했던가?

그런 것이 나에게 좌절을 줄리가 없었다.

그런데 너무도 커버려서 더 클 것도 없는 이제 와서 산타가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절망이 된다.

삶에 대단한 이상을 품고 살 수 있는 시기가 다 가버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벌써 늙었나보다.

 

싸구려 향초를 사왔다.

그나마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쓸쓸해져서 서점을 괜히 들어갔다 나오면서 문득 향초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처음부터 나는 향초를 사기 위해 교보문고로 올라갔고 핫트랙스를 둘렀던 것 같다.

비싸고 뚱뚱한 향초들이 늘어져 있었지만 나는 오천원짜리 미니캔들 6구를 집었다.

돈이 없어서도 그랬지만 뚱뚱하고 묵직한 향초가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라벤더 향이 우울과 불면에 도움이 된다- 불 두개를 밝혔다.

 

메리크리스마스,

나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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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음악을 듣지 못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고민에 잠기고 때론 멍청이 같은 아이폰에 시력을 잃고 어깨와 목과 허리가 뭉칠 때마다 좌우를 뒤척여 주는 것으로 최소한의 움직임을 허락했다.

 

나의 몸이 나의 걱정과 고민을 부담하고 있었구나. 무용치료 첫 시간, 내 몸이- 내 몸도- 알고 있는 내 고민스러움의 무게를 자각했다.

커다란 클로버 밭에 나는 누워 있었다. 그 누구도 안아줄 수 없던 나를, 나의 마음을 딱딱한 바닥 위에서도 포근한 풀밭이 되어 나는 안기었다.

 

오늘은 다시 음악을 듣는 밤이다.

오랜만이다.

이어폰이 사라진 후로 오랜만에 플레이어를 켰다.

이어폰이 없으면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음악을 나는 듣는다.

이어폰이 없어도 듣는다.

이런 것이 자유이고 행복이다. 아주 아주 아주 사소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몸이 가는대로 허락하니 알 수 있었다.

초라한 하나의 네잎 클로버가 아닌 풍성한 세잎 클로버 밭에서 한껏 폭신하게 누워 기지개 펴고 하늘을 볼 것이다.

 

안녕 오늘의 평온한 밤.

왼쪽 척추 옆이 아프고 어깨가 뭉쳐있는 나의 몸에게도 곧

봄이 오길 바랄게.

 

 

Prisilla ahn의 노래 / 야밤의 캔맥주 / 나만의 일기장 / 혼자있는 방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가족의 소리 무언가가 끓는 소리 냄비뚜껑 여는 소리 그래서 혼자이지 않은 나의 방 풍경 - 그런 것을 사랑한다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시간들 / 아주 오랜만에 우울하지 않고 풍요로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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